2025. 4. 17. 13:26ㆍ재테크
대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정규직 명함을 손에 쥐었을 때,
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‘이제 나도 어른이 됐구나’라는 막연한 자신감이었어요.
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, 은행에서 대출 상담을 받고, 내 이름으로 월세 계약서를 쓰면서,
스스로 ‘자립’했다고 착각했죠.
하지만 그건 착각이었습니다.
그저 부모님의 품에서 한 발자국 떨어졌을 뿐, 진짜 독립은 아니었어요.
정작 경제적으로는 누구보다 의존적이고, 불안정한 상태였다는 걸 저는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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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여행으로 스트레스를 풀자”는 말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몰랐습니다
첫 월급.
동기들이 모여 ‘한 번쯤은 떠나야지!’ 하면서 단톡방에 항공권 링크를 공유하던 날이 생생해요.
“요즘 Fukuoka 싸대~”
“야, 제주도 평일 항공권 2만 원대야!”
그때 난 월세도, 보험도, 적금 넣을 돈도 없었는데도 망설임 없이 결제했죠.
“사는 게 힘드니까, 여행이라도 즐겁게.”
그 말에 설득당해서였을 거예요. 여행이 곧 치유고, 힐링이니까요.
근데요.
진짜 스트레스는, 여행에서 돌아온 그다음 달 카드명세서에서 시작됩니다.
그 후로도 여러 번 도망치듯 떠났어요.
2박 3일 도쿄, 3박 4일 타이베이, 1박 2일 경주 한옥스테이.
갔다 올 땐 힐링이었지만, 돌아올 땐 매번 한숨이었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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결정적인 순간, ‘나’를 지켜줄 돈이 없었습니다
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어요.
“엄마 병원에 좀 오래 있어야겠다.”
가벼운 감기인 줄 알았는데, 염증이 폐까지 번졌다는 진단이었습니다.
그날 병원비를 묻는 순간, 나는 아무 말도 못 했어요.
적금? 없음. 비상금? 없음. 보험? 부모님 명의로만 가입.
나는 아무것도 준비된 게 없었고, 그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.
나는 분명 성인이었고, 나름 ‘자립했다’고 생각했지만,
사실상 누군가가 무너지면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였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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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행보다 먼저 준비했어야 할 건 ‘현실을 견디는 힘’이었습니다
지금 돌이켜보면,
그때 여행에 쓴 돈을 ‘비상금 통장’에 넣기만 했어도
상황은 조금 달라졌을 거예요.
예를 들어, 20대가 1년에 2번 여행을 다닌다고 칩시다.
한 번에 100~150만 원을 쓴다고 가정하면, 1년에 약 300만 원이 사라지는 셈이죠.
그 300만 원이면, 월세 3개월 + 생활비 1개월 + 비상 병원비 100만 원을 충당할 수 있어요.
이게 바로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독립자금이에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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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행이 아니라 ‘내 삶’을 계획해야 했던 그 시절의 나에게
“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?”
“20대 때 즐기지 않으면 언제 즐겨?”
그 말들이 얼마나 위험한 지도, 나중에서야 알았어요.
물론 여행은 값진 경험입니다. 인생에 아름다운 장면도 만들어주죠.
하지만 그게 내 삶을 무너뜨리는 대가로 얻는 것이라면, 그건 경험이 아니라 도박이에요.
스물다섯의 나는, 내 삶에 보험 하나 없었고,
내가 아프면 병가를 못 낼까 봐 눈치 보던 사람이었고,
언제든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지만, 돈이 없어 참고 다니던 사람이었습니다.
그 삶을 유지하게 만들어준 게 여행이 아니라, ‘준비된 돈’이었어야 했다는 걸 이제야 압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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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대를 위한 현실적인 독립자금 플랜
실제 경험에서 나온, 아주 구체적인 독립자금 설계법입니다.
1. 나만의 생활 방어선 그리기
• 고정지출 계산: 월세 + 관리비 + 통신비 + 식비 + 교통비
• 서울 기준 100~120만 원 / 지방은 70~90만 원
2. 3개월치 방어비 목표 세우기
• 월 100만 원 지출 기준 → 300만 원 확보가 1차 목표
• 여기에 병원비, 취업 공백을 위한 100만 원 더하면 총 400만 원
3. 소비 습관 구조화
• 월급 들어오면 가장 먼저 자동이체로 10~20만 원 저축
• ‘남는 돈 저축’이 아니라 ‘저축 후 소비’ 구조로 변경
• 여행비는 저축 목표 달성 후, 연 1회로만 제한
4.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
• 청년 의료비 지원, 소액 실손보험 등 정부/민간 안전망 활용하기
• 부모님 명의만 있는 보험 → 본인 이름으로 간단하게 하나 준비해 두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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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행은 기다립니다. 하지만 기회는 기다려주지 않아요
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20대라면,
정말, 진심으로 이야기해주고 싶어요.
여행은 나중에도 얼마든지 떠날 수 있어요.
하지만 독립자금은,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엔 두 배, 세 배의 비용을 치르게 돼요.
나는 준비되지 않은 삶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고,
내가 무너질 뻔했던 순간에도 병가를 내지 못했어요.
그 아픈 시간을 지나와 보니 이제 알겠어요.
진짜 자유는, 선택할 수 있는 여유에서 시작된다는 걸요.
그리고 그 여유는, ‘여행이 아니라 통장’에서 시작된다는 걸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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당신은 오늘부터, ‘현실을 견디는 준비’를 시작해도 괜찮습니다
가장 좋은 여행지는 ‘내가 설계한 삶’이라는 말, 이제야 공감합니다.
여행지의 노을보다도, 내 통장의 잔고가 주는 안정감이 훨씬 오래갑니다.
지금 통장에 0원이 아니라
작더라도 ‘내가 준비한’ 300만 원이 있다면,
그게 바로 당신 인생의 첫 독립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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